Page 8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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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上 89
‘승천사처럼 작은 사찰의 장로마저도 이런데 더구나 항주 큰 사찰
의 종사(宗師)는 어떻겠나’하고는 되돌아갔다.다시 상소를 올려
앞서 내린 어명을 중지케 하였으니 실로 각암스님의 힘이었다.
51.전쟁 때 잃은 어머니를 찾아/승도(僧導)스님
승도(僧導)스님은 오흥(吳興)사람이다.원나라가 강남을 공격했
을 때 부친을 여의고 모친은 포로가 되어 북으로 끌려가자 도스
님은 고아가 되어 백부가 길렀다.그의 나이 14세가 되자 백부에
게 ‘사람마다 부모가 있는데 나는 어찌하여 부모가 없느냐’고 묻
자 백부가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그는 어머니를 찾기로 결심하
고 다시 물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 너와 닮은 얼굴이다.”
그는 마침내 거울 하나를 지니고 이발기술을 익혀 먹고 살 밑
천을 삼으면서 10년 동안 찾아 헤매었지만 만나지 못하였다.그러
다가 생각지 않게 하간부(河間府)장원현(狀元縣)에 이르러 말 키
우는 늙은 군인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의 어머니를 사로
잡아간 자였다.그를 따라 그의 집에 돌아가서 미처 앉기도 전에
밖에서 들어오는 한 노파가 있었는데 남부 지방의 말씨가 섞여
있었다.도스님은 거울을 꺼내 자기 얼굴을 비춰 보니 그 노파와
비슷하였다.얼른 큰절을 올리면서 어머니 하고 부르자,노파는
고향과 성명과 생년월일 등을 물어보았는데 조금도 틀림이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