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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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마치 모포 위에서 고양이를 끌듯 한 것이다.그러므로 조사
는 이렇게 말하였다.
마음이 모든 경계를 따라 움직이나
움직인 자리마다 실로 오묘하구나
흐름을 따라 본성을 알아차리니
기쁨도 근심도 없도다.
心隨萬境轉 轉處實能幽
隨流認得性 無喜亦無憂
총림의 형제들이 찾아와 법을 물을 때,맨 처음에는 정인(正因)
이 분명히 있어서,생사의 일이 큰데도 스스로의 일을 밝히지 못
하는 것을 선지식에게 고백한다.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찌
흔히 말하는 명예와 지위를 위하고,나의 능력과 나의 우수함을
내보이기 위해서이겠는가!그러나 만일 시종일관 항상 이런 마음
을 가지면 자기 일을 밝히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는다.나아가 오
랫동안 가까이하다가 끝내는 자기의 분상에 털끝만큼도 서로 상
응하는 곳이 없게 되면,문득 이러쿵저러쿵 따지며 상대방 견해를
시비하고 아견(我見)을 늘리면서 빠져나올 곳을 찾는다.
그렇게 하면 뒷날 한 줄기의 향으로 감히 화상을 저버리진 않
았다 하겠으나,최초의 정인(正因)을 잃어버리고 마군의 경계에 떨
어진다는 것은 전혀 모른다.옛사람은 말하기를 “권속의 장엄은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른다”하였다.이미 짚신을 다 밟아 떨어
뜨린 무리들이라면 이제는 응당 처음의 마음을 깨달아 생사 벗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