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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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조인(祖印)사미에게 주는 글
영가스님은 말하기를,“그 자리[當處]를 떠나지 않고 항상 담연
하니,찾은즉 그대를 아나 볼 수는 없도다”하였다.당처의 고요
한 경지에서 두 변을 눌러앉아 평온하게 해야 하며,알음알이를
지어서 찾는 것을 절대 조심해야 한다.만약 조금이라도 찾았다
하면 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느니라.
마조스님은 “마음 그대로가 부처[卽心卽佛]”라고도 하였고,또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非心非佛]”라고도 하였으며,다시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물건[物]도 아니다”라고 하였다.동
사(東寺)스님은 말하기를,“마음은 부처가 아니며,지혜는 도가 아
니다.칼이 떠나 버린 지가 오래인데 그대는 이제서야 배에 칼 떨
어진 자리를 표시하고 있구나”라고 하였다.가령 각자의 말을 따
라간다면 어찌 정해진 결론이 있으랴.
그러나 말을 잊고 깨닫는다면 다시 백천억 마디를 연설한다 해
도 하나의 참다움[一實]에 불과하다.무엇이 참다운 자리일까!대
매스님이 말했듯이 “그대는 그저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라고
말하라.나는 마음 그대로가 부처라고 하리라”하였는데,이 어찌
참됨이 아니랴.요컨대 철저히 믿어서 몸소 깨닫고 몸소 보아야만
자연히 다른 사람에게 속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