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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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11
바라면 바로 음계(陰界)속에 떨어진다.그리하여 견문각지(見聞覺
知)와 득실시비(得失是非)에 걸려 정신이 반은 취하고 반은 깨어난
상태에 휩싸여 분별하지 못한다.사실대로 따져 보면 시끄러운 속
에서 가지고 다녀도 아무 일도 없는 것과 같아서,철두철미하게
그 자리에서 원만 성취하여 아무 형상이 없으면,전혀 힘을 들이
지도 않고 작위에 걸리지도 않는다.말과 말없음,일어남과 자빠
짐이 결코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니,털끝만큼이라도 막힘을 느낀
다면 이는 모조리 망상이다.곧바로 큰 허공같이,밝은 거울이 경
대에 걸린 것같이,솟아오른 해가 하늘에 빛나는 것같이 아무것도
없이 깨끗해야 한다.
움직임과 고요함,가고 옴이 하나하나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
니,자유자재하도록 놓아버려 법에 매일 것도 없고 법을 벗어나려
할 것도 없다.처음부터 끝까지 한 덩어리를 이루었는데,어느 곳
에 불법을 떠난 밖에 따로 세간법이 있으며,세간법을 떠난 밖에
별도로 불법이 있으랴!그러므로 조사께서는 곧바로 사람의 마음
을 가리켰던 것이다.금강반야(金剛般若)는 사람이 모양[相]떠난
것을 귀하게 여기니,비유하면 장사가 팔을 굽히고 펼 때 다른 힘
을 빌리지 않는 것과도 같다.이처럼 요점을 살펴서 긴 시간을 스
스로 물러나 참구해야 좋으리라.그리하여 진실로 깨달은 경지에
도달함이 있게 되면 바로 이것이 생각생각에 가없고 헤아릴 수
없는 대선지식을 두루 참례한 것이니,부디 진실하게 믿고 힘써
공부해야만 가장 훌륭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