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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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13
39.민지고(民知庫)*에게 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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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인(民禪人)은 금관(錦官)대자사(大慈寺)의 전법사(傳法師)인
소(昭)율사의 법손이다.머리를 깎자마자 즉시 가업(家業)을 익혀
사분율을 배웠다.이윽고 포건(布巾)을 벗어 던지고 율법을 떠나
스스로 청정하려 하여,지팡이를 어깨에 걸머지고 남쪽에 유람하
여 조사가 서쪽에서 온 종지를 물으려고 내가 살고 있는 협산(夾
山)에 와서 서로 만났으며,도림사(道林寺)에 머무른 지 오래였다.
내가 장산(蔣山)을 맡게 되었을 때는 더욱 확실하게 묻고 참구
하였다.깨닫는 문제에 있어선 스스로 지해(知解)를 털어 버리고
온전한 기틀로 곧바로 꿰뚫어야 하는데,인연 따라 묻고 대답할
때마다 한번에 단도직입하여 상당히 공부가 쌓였으니 기뻐할 만
한 일이다.
그러나 이 근기로써 다시 부지런히 노력하고 마음[志]을 쉬어
서 더없이 깊고 오묘한 곳에 크게 쉬어 버리고 완전히 안온한 곳
에 도달해야 한다.가는 티끌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한가로운 경
지만을 지켜 범부와 성인도 헤아릴 수 없게 하고 모든 덕도 거느
리지 않는 뒤에야 의발을 맡길 만한 것이다.
암두스님은 말하기를,“사물을 물리치는 것이 상급이고,사물을
쫓는 것이 하급이다”라고 하였다.모든 경계와 모든 인연,나아가
고금의 가르침과 임기응변에 이르기까지 만약 자기의 근본이 텅
비어 고요하며 원명적조하면 모든 것이 다 나에게 간여해 온다
해도 금강왕보검으로 단칼에 잘라 버릴 수 있다.그렇게 되면 늠
*지고(知庫):창고를 맡아서 관리하는 사찰의 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