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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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불(七佛)이전에는 과연 어떠했는가?곧바로 모름지기 빡빡하
고 긴밀하게 머리의 피부에 달라붙어서 분명하고 역력하게 이 한
덩어리의 심전지(心田地)를 알아차려 오래도록 안온 면밀하였다.
이리하여 스스로 알고 물러나서 마침내는 “나는 견처가 있으며,
나에겐 오묘한 이해가 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그 가
운데 실낱만큼이라도 주관이니 객관이니 하는 견해의 가시가 있
게 되면 그 무게가 태산보다 더하기 때문이어서,이런 것은 예로
부터 결코 서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석가모니불께서는 연등부처님에게 무법(無法)으로써
수기(受記)를 얻으셨으며,노(盧)씨는 황매산에서 ‘본래 한 물건도
없다’는 말로써 의발을 직접 받으셨다.생사 순간에 이르러서 조
금이라도 짊어진 것이 있었다 하면 곧 신령한 거북이가 꼬리자국
을 남기는 격이다.그러므로 반드시 청정하다느니 더럽다느니 하
는 극단을 모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마음이 있느니 없느니,견
처가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들은 마치 벌겋게 타는 화로에 한 점
의 눈[雪]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아서,하루종일 철두철미 쇄쇄낙
락하게 하여 모든 성인도 길을 함께하지 않는 이런 곳에 노닐면
서,당장에 순숙하게 하여 배울 것이 끊어지고 아무 하릴없으며,
천만 사람도 잡아 둘 수 없는 진실한 도인을 자연히 성취한 것이
다.
조주스님은 납승을 보기만 하면 앞으로 가까이 오라고 불러서,
그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면 그냥 가라고 했다.얼마간 힘을 덜
어 알아차린다면 십분 성취한 것이겠지만,이러쿵저러쿵한다면 지
견(知見)만 생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