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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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름하고 신령한 위엄으로 일체를 앉은자리에서 끊어 버려,물리치
            지 않아도 저절로 물러나리니 어찌 여유작작하지 않으랴.

               만일 근본을 밝히지 못하고 약간이라도 의심하고 머뭇거린다면
            휘둘림을 당하여 분명하지 못할 것은 뻔하니,어떻게 남의 굴림을
            면할 수 있으랴.남에게 딸려가다 보면 끝내 자유로울 리가 없으

            리라.지극한 도는 간단하고 쉬우니 다만 물리치느냐 쫓아가느냐
            에 달렸다.도를 잘 체득한 사람이라면 깊이 생각해야 된다.
               옛사람은 이 하나의 일을 위해서 그대로 온몸을 희사하기도 하

            고,눈 속에 서 있기도 했으며,방아를 찧기도 했고,심장과 간을
            팔기도 했으며,양쪽 팔뚝을 태우기도 했고,훨훨 타는 불무더기
            속에 몸을 던지기도 했고,온몸이 일곱 토막으로 잘리기도 했으

            며,몸을 호랑이 먹이로 바치기도 하고 비둘기를 구하기도 했으
            며,머리를 희사하고 눈을 보시하기도 하였다.이런 백천 가지의

            경우라도 모두가 간곡하고도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깊이 도
            달하지 못한다.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옛사람을 본받아 안
            자(顔子)처럼 되기를 바라고 인상여(藺相如)를 흠모해야 된다.

               원만담연하고 텅 비어 응연(凝然)한 것은 도의 체(體)이고,펴기
            도 하고 오므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며 살리기도 하는 것은 현

            묘한 작용[用]이다.훌륭한 솜씨로 칼을 휘두르고 능히 조심하여
            지키되,마치 구슬이 소반에 구르듯,소반이 구슬을 굴리듯 하여
            잠시도 허망함에 떨어지지 않았다.그리고 세간법이니 불법이니

            구분을 하지 않고 그대로 한 덩어리를 이루니 이른바 “부딪히는
            곳마다 그를 만난다”한 것이 그것이다.종횡으로 출몰하되 애초
            부터 외물(外物)이 없다.적나라하고 자유자재하여 본분의 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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