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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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15


            인정(印定)하고 두두물물마다 밝고 묘연하다.그러니 어느 곳에 다
            시 얻고 잃음,옳고 그름,좋고 나쁨,길고 짧음이 있으랴.다만

            자기의 바른 안목이 환하게 밝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양변
            에 떨어지게 되면 전혀 관계가 없게 된다.듣지도 못하였느냐.영
            가스님이 말하기를,“상근기는 한 번 결단하여 일체를 알아 버리

            나,중하근기는 많이 들을수록 더더욱 믿지 못한다”고 했던 것을.
               부처님과 조사의 말씀은 그저 통발과 그물에 불과할 뿐이니,
            이를 의지하여 진리에 들어가는 문으로 삼는다.그리하여 마침내

            확연하고 분명히 깨달아 알게 되면 그 바른 자체[正體]위에 모든
            것이 원만하게 구비된다.그러니 불조의 말씀을 모두 그림자나 메
            아리 정도의 일로 보아서,결코 받들어서는 안 된다.

               요즘 들어 참선하는 많은 납자들이 종지가 되는 법에 근본하지
            않고 그저 언구만을 지니고 간택할 뿐이다.그리하여 친소를 논하

            고 득실을 분별하며,뜬 물거품 위에서 참다운 견해라고 생각하여
            이를 과시한다.꽤 많은 공안을 잘도 가려내어 제방에 있는 5가종
            파(五家宗派)의 말을 묻고 해석하나,한결같이 알음알이[情識]에

            빠져 그 자체[正體]를 미혹하였으니,진실로 가련하다.
               참되고 바른 종사가 있어 눈썹을 아끼지 않고 위에서와 같은

            잘못된 지견을 떠나라고 권하면 도리어 반대로 “마음씀이 뒤바뀌
            었다”고 하면서,단련받기를 그만두고 더더욱 가시덤불 속으로 들
            어간다.이른바 “작가선지식을 만나지 못하면 늙어지도록 쓸모 없

            는 물건이 될 뿐이라고 하는 것이니,요점을 살피는 데에서는 한
            수도 쓰지 못한다.살 속에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귀결점을 알
            겠지만 혹 주저하는 경우에는 핵심[鼻頭]을 잃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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