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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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17


               옛사람은 큰 자비를 갖추고 있었으니,사람들이 정면에서 스스
            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바르게 방편을 열어 들어갈 길

            을 열어 주었다.
               예컨대 고제(古提)스님의 경우,납자들이 오는 것을 보기만 하
            면 대뜸 “물러가거라!물러가!너에게는 불성이 없다”라고 하였는

            데,후에 오직 앙산(仰山)스님이 나와서 그 분명한 소식을 알았다.
            그러니 요즈음의 경우,이것을 끄집어내서 참학하는 자들에게 묻
            기만 하면 열이면 열 모두 멍하니 그만 그 말속에서 죽어 버린다.

            그러므로 단박에 깨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니,만약 산 경계[活處]
            에 의거한다면 어떻게 토로해 내겠는가.남의 말 따르는 것을 무
            엇보다도 조심해야 된다.

               영운스님은 복사꽃을 보고 깨달아 게송을 지었고,현사스님은
            “그는 아직 철저히 깨닫지 못했다”고 하였으며,어떤 노파가 오대

            산 가는 길을 가르쳐 주자 조주스님은 되돌아와서 노파를 감파했
            다고 하였다.총림에서는 이것을 갖가지로 따지면서 시끄럽게 떠
            들 뿐이니,이야말로 옛사람이 말한 ‘문을 두드리는 기왓조각’과

            같다 한 것을 전혀 몰랐다 하리라.
               문에 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므로,문에 들어갔으

            면 그만이지 문 두드리는 기왓조각을 대단한 것인 양 집착하겠는
            가.명확한 뜻은 곧바로 드러내야 한다고 하였으니,그 귀결점이
            어느 곳에 있느냐?도리를 알겠는가?털끝만큼이라도 어긋나면 하

            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나느니라.
               무성한 풀숲에 들어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손 가는 대로 풀
            을 집어내 오더라도 그것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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