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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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데야 어찌하랴.참으로 착안이 바르고 손놀림이 정확하다면 한
            줄기의 풀로도 장육금신(丈六金身)을 만들게 할 수 있으니,더구나

            그 밖의 변화야 말해 무엇 하겠느냐.근본이 이미 밝아지고 나면
            일상생활 속에서 밭을 매고 땅을 개간하며 봄에 씨 뿌리고 가을
            에 추수하는 것들이 모두 나 협산(夾山)늙은이와 직접 화답(和答)

            하는 것이며,지장(地藏)스님이 연설하던 일과 똑같은 범행(梵行)
            이 될 것이다.오래도록 익히고 실천하여 비로봉에 높이 걸터앉아
            이 정법(正法)을 전하니,어찌 현묘하지 않으랴!





               40.서울을 떠나는 자문거사(自聞居士)를 전송하면서


               어떤 길로 왔느냐?만일 배를 타면 물의 형세를 알아서,노를

            들어 물결을 갈랐을 것인데,무엇 때문에 간곡하게 애써 알려주겠
            는가.자신이 한번 휘저으면 그만인 것을.그렇기 때문에 바람 같

            고 번개같아서 따졌다 하면 천리 만리 동떨어지니,빼어난 부류만
            제접할 뿐 어리석은 놈과는 상대하지 않는다.따라서 사해에 낚시
            를 드리우는 것은 사나운 용을 낚으려 함이며,격식을 벗어난 현

            묘한 기틀은 선지식을 찾기 위함이다.
               이 종지를 통달하고 나면 일체의 세간과 출세간이 조금도 다르

            지 않음을 본다.낱낱이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 문득 몸과 목숨
            을 버릴 줄 알고 천차만별한 경계에서도 편안하여 요동하지 않는
            다.설사 바람 같은 칼날을 만난다 해도 꿈쩍도 안 하며,가령 독

            약을 마신다 해도 몹시 한가롭고도 한가롭다.만일 실천하며 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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