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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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렇게 오래 하다 보면 흔들리거나 바뀌지 않아서 염법(拈法)
            농법(弄法)과 거두고 놓아줌에 익숙하게 된다.소소한 경계까지도

            모두 다 관조하여 끊어 버리며 어떠한 조짐이나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생사의 순간에 이르러서는 물소 뿔에 달 그림자가 새겨지듯 하

            여 서로가 섞이지 않는다.조용히 움직이지 않은 채 홀연히 벗어
            나 버리니,이것이 바로 섣달 그믐 열반당(涅槃堂)속의 참선이다.




               44.실선로(實禪老)에게 주는 글



               위음왕불(威音王佛)이전에는 스승 없이 스스로 깨달았다.한번

            에 훌쩍 뛰어 증득하여 모든 성인과 같은 길을 갔다.그리하여 놓
            아서 행하게 하고 잡아서 머무르게 하며,지어서 주인이 되게 하
            여 전체가 그대로 이루어지니,단련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완전하

            게 익었다.그런가 하면 위음왕불 이후에는 비록 자기에게 높이
            초월한 곳이 있어 곧바로 알아차려 의심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반드시 스승을 의지하여 결택해서 인가를 받아 법기(法器)가

            되도록 해야만 한다.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마군의 재앙이 있어
            정인(正因)이 파괴되리라.

               그러므로 조사가 계신 이래로 스승 제자간에 전함에 있어서는
            스승의 법을 가장 귀하게 여겼던 것이다.그런데 하물며 이 일은
            세간의 지혜나 변론 및 총명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며,견문각

            지에 구애될 것이 아니다.참으로 용맹한 대장부의 뜻과 기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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