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123
원오심요 上 123
지니지 못했다면 진정으로 좋은 벗과 선지식을 만나서 생사의 흐
름을 끊고 무명의 껍데기를 부술 수 있으랴.자주자주 참당하여
묻고 오래도록 한결같이 하다 보면 시절인연이 익어 단박에 통
밑이 빠진 듯 확연하게 깨달으리라.그런 뒤에 정성을 다해 결택
하여 증거를 받으면 자연히 마치 흐르는 물을 따라 내려가는 배
에서 노 젓는 수고를 하지 않는 것과도 같이,또한 바늘과 겨자씨
가 서로 투합하듯 하리라.
이미 종지를 체득한 뒤엔 면면히 지니고 계속 끊임이 없게 하
여 성태(聖胎)를 길러야 한다.설사 나쁜 인연이나 경계를 만난다
해도 바른 지견(知見)에서 나오는 선정의 힘[定力]으로 이를 원융
하게 섭수하여 한 덩어리를 이룬다면 생사의 큰 변고라 할지라도
움직이기엔 부족하다.자기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길러 가다 보면
함이 없고 하릴없는 큰 해탈인이 되는 것이니,이 어찌 할 일을
끝내고 수행하는 일을 모두 마쳤다고 하지 않겠는가!
45.영상인(瑛上人)에게 주는 글
이 일은 당사자의 예리함에 달려 있으니,이미 알아차려 짐을
걸머졌으면 자기의 근본이 있음을 알고 더욱 우뚝 서서 홀로 행
해야만 한다.모름지기 알음알이를 끊고 작용[照]을 떠나 확연히
텅 비고 고요하게 해서 한 법도 얻을 만한 게 없어야만 하며,모
든 인연을 끊어 버리고 쇄쇄낙락하여 완전히 안온한 경지에 도달
하여 물샐 틈 없이 면밀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