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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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참들을 볼 때마다 그들은 정신을 응집하고 관조를 맑게 한
            지가 오래되어,비록 어떤 들어갈 곳이 있긴 해도 문득 한 기틀

            한 경계를 단단히 부여잡고 뽑아내 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게 바로 큰 병통이다.요컨대 녹이고 놓아버려 스스로 크게 쉴
            곳을 얻어야만 옳으리라.




               48.걸상인(傑上人)에게 주는 글



               그대는 행각하고 참문(參問)청익(請益)하여 이미 선지식에 의

            지하였고,대총림(大叢林)에서 청아하고 고상한 대중에 참례한 지
            가 오래되었다.어느 날 아침에 부모의 인연 때문에 꼭 잠깐 되돌
            아가지만 움직였다 하면 수백 리 먼 길을 가야 한다.그러니 모름

            지기 자기의 역량을 따라 실천할 것을 잊지 말고,가는 곳마다 티
            끌이 나지 못하게 해야 하리라.더구나 이 하나의 일은,선지식의

            주변에 살 때는 있다가 고향에 거처할 때는 문득 없어진다고 하
            지 말아야 하리라.이른바 잠시라도 도에서 생각이 떠나면 죽은
            사람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그렇다고 생각이 도에 있을 때라 해

            도 그림을 본뜨는 시늉이나 내서는 안 된다.비록 평상(平常)이라
            해도 단절 없이 빼어나게 정식(情識)을 끊어 함이 없고 하릴없고

            무심한 사업을 이루어야 한다.겉과 속이 툭 트여 경계가 없고 만
            법과도 서로 짝이 되지 않으며,모든 성인과도 길을 함께하지 않
            아야 한다.

               뿌리를 깊이 박고 줄기를 단단히 하여 다만 한가하게 길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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