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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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만 길 절벽에 서 있는 듯 높고 우뚝한 경지’라고 한
            것이니,그런 뒤에 다시 되돌아와서 속세에 뛰어들어 중생을 제접

            해야 한다.애초에 나라는 생각[我相]이 없는데,어찌 성색(聲色)에
            맞고 거슬리는 경계와 마군이니 부처니 하는 경계가 있으랴!
               가장 곤란한 일은,등한하게 아무 뜻도 없이 있던 자리에서 갑

            자기 끌려 들어가 휘둘리는 것이니,그러면 곧 허물을 짓는 것이
            다.반드시 끊임없이 지켜서 조작으로 치달리지 말게 해야 한다.
            그러기를 오래 하면 한 덩어리를 이루어 쉴 곳이 되리라.그런 뒤

            에 다시 향상의 행리를 알아야 하니,옛사람은 말하기를,“자리에
            앉아 옷을 입은 다음에 스스로 살펴보라”고 하였다.




               46.천상인(泉上人)에게 주는 글



               법을 묻는 데는 본성을 보아 이치를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알

            음알이를 잊고 작용[照]을 끊어 가슴을 깨끗이 해야 하니,마치 어
            리석고 우둔한 듯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우열을 다투지 말아야
            한다.조금이라도 맞거나 거슬림이 있으면 다 끊어 버려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그러기를 오래 하면 자연히 함이 없고 하릴없
            는 경지에 이르리라.

               그러나 털끝만큼이라도 일부러 함이 없게 하려 하면 벌써 일이
            생겨 버린다.파도 하나가 움직이면 모든 파도가 따라서 움직이는
            데,어찌 끝날 기약이 있으랴.바로 이럴 때 죽음이 찾아와 손발

            을 허둥대는 까닭은 씻은 듯 말쑥하게 벗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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