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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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25
다.그러므로 이것만 확실히 하면 자연히 시끄러움 속에서도 물같
이 고요하리니,어찌 자기 일을 결판내지 못할까 근심하랴.
“시비가 있기만 하면 어지러이 마음을 잃으리라”고 한 이 한
구절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내게 하였다.
만일 애초에 끊어 버린다면 위음왕불 저쪽으로 훌쩍 벗어날 것이
요,이 말에 끄달려 간다면 정말로 어지러워지리라.반드시 스스
로 회광반조(回光返照)해야만 하리라.
여래선(如來禪)과 조사선(祖師禪)이 어찌 두 가지랴.어리석음을
면치 못하여,각자 검고 흰 것을 나누어 크게 어긋나 버린 것이다.
사리(事理)의 기봉(機鋒)을 일시에 끊어 버림이 바로 정결한 공을
치는 것이다.확실한 곳을 알았느냐!놓아버리고 보도록 하라.
47.사선인(思禪人)에게 주는 글
일체 만법은 모두 자기에게 위배됨이 없어 곧바로 투철히 벗어
나 한 덩어리를 이루니,시작 없는 때로부터 다만 이러할 뿐이다.
단지 당사자가 스스로 위배할까 걱정일 뿐이다.억지로 취사하는
마음을 내면 하릴없는 데서 일을 만들어 그 결과 쾌활하지 못하
다.그러나 만약 밖으로 반연을 끊고 안으로 자기라는 견해를 잊
을 수 있다면 외물이 그대로 나이며,내가 그대로 외물이다.사물
과 내가 하나여서 탁 트여 경계[際]가 없어지면 하루종일 무엇을
하든지 간에 모두가 만 길 절벽에 서 있는 듯하리라.그러니 어느
곳에 허다한 수고로움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