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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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만큼이라도 있으면 바로 티끌이며 뜻[意]을 일으켰다 하면 그대
            로 마군에게 휘둘리리라”고 하였던 것이다.

               모든 것이 그로 말미암아 성취되고 일체가 파괴되는 것도 오직
            그로 말미암는다.기특하고 수승함이 항하사처럼 많은 공덕장에서
            연유하고,한량없이 오묘한 장엄과 세간을 초월한 희유한 일들이

            모두 그것에서 성취되는 것이다.그런가 하면 간탐과 증오,질투,
            헤아림,집착,유위(有爲)와 유루(有漏),물듦과 잡됨,알음알이와
            명상(名相)및 지견(知見)과 망정이 모두 그것으로 인해 파괴되는

            것이다.오직 그만이 일체의 사물을 움직이게 할 뿐 일체의 사물
            은 그를 움직이지 못한다.비록 형체나 겉모습은 없으나 10허(十
            虛)를 둘러싸고 범부와 성인을 모두 그 속에서 기른다.그러나 만

            약 이를 모양을 지어 취한다면 바로 견해의 가시에 떨어져 끝내
            어찌해 볼 수가 없으리라.

               모든 부처님께서 열어 보여주시고 조사께서 곧바로 지적하신
            것은 오로지 이 오묘한 마음이니,곧 알아차려서 한 생각도 일으
            키지 않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 나타난다.있는 그대로

            의 순간에 마음에 힘을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소요하여 취하거나
            버림이 전혀 없어야만 그것이 진실한 밀인(密印)이다.이 밀인을

            옆에 차고 마치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든 것처럼 세간에 유희하면
            서 기쁨과 두려움을 품지 않으면,어디나 나의 큰 해탈마당이다.
            영겁토록 한번도 끊어진 적이 없으니,때문에 말하기를 “장육금신

            으로 한 줄기 풀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한 줄기 풀로 장육금신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하였으니,어찌 다른 것이 있겠느냐.
               설봉(雪峰)스님은 “이것이 무엇이냐?”하였고,운문(雲門)스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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