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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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29
“수미산이다”하였으며,동산(洞山守初)스님은 “삼 서 근[麻三斤]
이다”하였고,조주스님은 “차나 마시게”하였다.암두(巖頭)스님
은 “허허(噓)”하였으며,투자(投子)스님은 “악(噁)”하였고,임제스
님은 “할”하였으며,덕산스님은 몽둥이로 때렸다.주장자를 높이
쳐들고 손가락을 들며,북을 치고 연자방아를 돌리는 이 낱낱이
향상의 종풍을 나타내고 사물마다에서 본분의 소식을 보인 것이
다.
크게 통달한 자라면 한 번 엿보고 곧바로 꿰뚫으며,한 번 들
어주면 귀결점을 알아 종풍을 감당하여 이어받으리라.그러나 어
리석은 놈은 모래를 세듯 하여 당장에 빗나가 버린다.그러므로
준수한 부류를 만나야만 종자[種草]를 삼을 수 있는 것이다.
50.유상인(逾上人)에게 주는 글
뜻을 품은 사람이 결정코 이 큰 일에 믿고 들어가려 한다면 모
름지기 이제껏 지혜와 총명으로 이해하고 알았던 것을 몽땅 버려
야만 한다.그리하여 마치 어리석은 사람처럼 가슴속을 허허로이
텅 비우며,모든 것을 다 몰라서 천 번 쉬고 만 번 쉬어야 한다.
단박에 본지풍광을 좇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투철히 벗어나
앞뒤가 모두 끊겨서,마치 한 타래의 실을 단박 가지런히 자르듯
철저하게 스스로 깨달아 금강정체에 계합해야 한다.비록 겁화(劫
火)가 활활 탄다 해도 애초에 조금도 달라짐이 없으니,믿어서 다
다르고 꽉 붙들어 두며 작용하여 주체가 되어,하나를 하면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