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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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하고 하나를 알면 모든 것을 알게 되어야 한다.잠깐 동안에
몸을 옮기고 걸음을 옮기는 등의 모든 행위가 완전히 하나의 바
탕으로 귀결하는데,다시 무슨 세간법과 불법을 말하랴.
두두물물(頭頭物物)부딪치는 곳마다 있는 그대로여서 바로 불
조(佛祖)와 다름이 없으며,뭇 생령들과도 차이가 없다.왜냐하면
근본이 이미 밝아서 밝히지 못할 어둠이 없기 때문이니,손 가는
대로 집어내 오고,발걸음 가는 대로 가며,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여도 원래 그가 아니며,그렇다고 다른 곳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이를 두고 “크게 베푸는 문을 연다”고 한다.갖가지
오묘한 작용을 종횡으로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어 불성을
분명히 증득하여 긴 시간 끊임없이 해야 하리라.한번 체득하면
영원히 체득하여 실천이 순숙하였으니,어찌 요점을 살펴서 힘을
얻은 곳이 아니랴.이처럼 믿고 들어가기만 한다면 분명히 남을
그르치지는 않으리라.
어떤 스님이 설봉스님에게 물었다.
“제가 이제 막 총림에 들어왔습니다.스님께서 들어갈 곳을 지
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설봉스님은 말하였다.
“잠깐 티끌처럼 몸을 부숴 버릴 수만 있다면 결코 스님의 눈을
멀게 하진 않겠다.”
자,옛사람이 이처럼 했던 의도는 어느 곳에 있겠느냐?가령
참구하는 데 있는 것이라면,회피할 수 없어서 모름지기 들어갈
길이 분명코 있다 하리라.다만 그저 말이나 따라가고 의미만을
좇는다면 적지 않게 빗나가리라.나도 벌써 눈썹을 아끼지 않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