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132
132
모두 마신 뒤에야 비로소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하였다.진실로
이 어른은 천하 사람을 밟아 버렸다 하리니,무심하게 꺼낸 한마
디 말이 문득 무한한 지견을 짓게 하였다.이 늙은이의 까다로운
언구[葛藤]를 끊어 버릴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곧바로 참구를 그
만두라고 청하리라.
51.정선인(淨禪人)에게 주는 글
정도인(淨道人)이 입실했을 때 의심하던 것에 대해 마침내 묻
기를,“이 일은 무엇 때문에 종사들이 이쪽저쪽을 사람에게 많이
제시합니까?”하였다.이 말을 살피건대,본분에 의거하여 끊는다
면 어찌 군더더기가 있으랴.
그러나 방편을 드리우는 쪽에서는 들어갈 길을 찾는 것을 귀하
게 여긴 것이니,애써 나누기는 했으나 뜻은 실제로 두 종류가 아
니다.그대는 듣지도 못했느냐.어떤 스님이 조산(曹山)스님에게
묻기를,“옛사람은 저쪽 사람[那邊人]을 이끌어 주었는데,학인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가르쳐 주십시오”라 하였다.조산스님은 말
하기를 “뒤로 물러나 자기에게로 나아가라.그러면 만에 하나도
잃지 않으리라”라고 하자,그 스님은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는 이른바 “낚시바늘 끝의 뜻을 알아차릴지언정 저울 눈금을
잘못 읽지 말라”한 것이니,다만 현실[今時]을 극진히 다하고 향
상(向上)의 일을 알아차리게 하려 하였던 것이다.그런데 현실이란
것을 어떻게 해서 극진히 하여 다다를 수 있을까?다만 당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