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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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35


               53.상선인(尙禪人)에게 주는 글



               다행히 그 자체로 완전한데 그밖에 무엇이 특별하게 필요하랴.
            설사 자비심을 내어 손 가는 대로 집어내 보인다 해도 억지로 군
            더더기 내는 것을 면치 못하리니,도리어 이전에 칼끝을 드러내지

            않았을 때만 못하리라.지금 이렇게 하는 것도 결국 진창에 뒹구
            는 격이 적지 아니하니,무엇보다 그 속에서 알아야만 한다.잘

            알았느냐!한 톨의 작은 알갱이 속에 온 세계를 간직하고,온 천
            지를 두루하여 시절인연에 응하여 거두도록 하라.




               54.영상인(瑛上人)에게 주는 글



               도는 본래 말이 없으나 말을 통해야 도가 드러난다.만일 진실
            로 도를 체득한 사람이라면 마음을 통달하고 근본을 밝혀서 곧바

            로 천겹 만겹의 땀 냄새 밴 장삼을 벗어 버리고 본래의 진정명묘
            하고 텅 비고 고요하여 담박하고 여여부동하고 진실한 바른 몸을
            활연히 깨닫는다.한 생각도 나지 않고 앞뒤가 끊긴 자리에 이르

            러 본지풍광을 밟아서 다시는 많은 잘못된 깨달음과 지견,나와
            남,옳고 그름,삶과 죽음의 더러운 마음이 없다.밝고 청정함을

            드러내어 믿고 사무쳐서 옛사람들과 비교하여 조금도 다름이 없
            다.무심하여 인위적인 조작이 없고 단단히 고집하지도 않아 허통
            (虛通)하여 자유롭고 원용하기가 끝이 없다.시절에 맞게 밥 먹고

            입으면서 평상에 계합하니,이를 두고 ‘함이 없고 하릴없는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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