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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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137


               만약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쓸데없는 짓을 하는 놈으로
            서,결코 비분강개한 마음으로 투철히 벗어나 진정한 안목을 갖춘

            납자가 아니다.그러므로 남들이 먹다 남긴 국물이나 쉰 밥을 먹
            으면서 노새 매는 말뚝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
               이는 종풍을 매몰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생사문제를 투철

            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하물며 나아가 표방이나 격식,알음알
            이를 가지고 후학에게 전수해 주는 것이야 말해 무엇 하랴.드디
            어는 한 봉사가 여러 봉사를 이끌고 함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

            가는 격이 되니 어찌 작은 재앙이랴.나아가 진정한 종풍을 보잘
            것없고 얄팍하게 보이게 하여 부처와 조사의 기강을 땅에 떨어뜨
            리는데,어찌 애통하지 않으랴.

               그러므로 도를 배우려면 우선 올바른 지견을 지닌 스승 문하를
            선택하고 그런 뒤에 짐보따리를 내려놓아야만 한다.세월을 따지

            지 말고 하는 일을 끊임없이 하여,들어가기 어려운 고충을 두려
            워하지 말고 투철하게 참구해 나가야 한다.
               듣지도 못하였느냐.목주(睦州)스님이 말하기를,“들어갈 곳을

            아직 찾지 못했거든 모름지기 들어갈 곳을 찾아야 한다.만약 들
            어갈 곳을 찾았다면 노승을 저버리지 말라”고 했던 것을.오래도

            록 정성껏 한 뒤에 크게 겸추(鉗鎚)를 거치고 큰 용광로에서 단련
            해야만 한다.매일매일 가까워져서 바탕이 은밀해지면 거기서 다
            시 오래도록 몸에 지녔던 것을 결판내야 한다.

               여여하게 깨달아 시종 끊임없이 세간법과 불법을 한 덩어리로
            만들면 사물마다에 몸을 벗어날 곳이 있어 티끌 인연에 떨어지지
            않고 외물에 끄달리지 않는다.시끄러운 시장의 네거리 속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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