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31
원오심요 上 31
발 아래 있게 되고 자기 손아귀로 돌아오게 됩니다.그렇게 되면
잡고 놓고 말고 폄이 모두 중생교화라 할 것이며,늘 편안하고 고
요하게 제자리에 거처하면서 실끝만큼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
습니다.그리하여 움직여 기연에 감응할 때도 저절로 바탕[璿璣]
을 잡아,회전변통함에 대자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무리와 인연들을 모두 칼 휘두르는 대로 베어내니,온
통 파죽지세여서 바람 부는 대로 쏠립니다.그러므로 서 있는 그
자리가 진실하면 작용할 때도 힘이 있습니다.나아가 영웅을 몽땅
거느리고 호랑이 같은 군사를 휘몰아 큰 도적을 물리치고 백성을
어루만지며 사직을 편안히 하고 중흥의 대업을 보좌함도 모두가
이 하나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위의 관건을 열어 젖힘은 만세토록 없어지지 않을 공(功)이므
로 옛 부처님과 같이 보고 같이 들으며,함께 알고 함께 쓰는 것
입니다.
사조(四祖)스님은 “마음이 아니면 부처를 묻지 못한다”하였고,
덕산(德山)스님은 “부처는 하릴없는 사람일 뿐이다”하였고,영가
(永嘉)스님은 “당처를 떠나지 않고 항상 담담하니,찾으면 그대를
아나 볼 수 없도다”하였으며,“무위진인(無位眞人)이 항상 얼굴로
드나든다”고 한 이 모두가 이런 부류입니다.
지금 추밀대승상(樞密大丞相)께서는 이미 말 밖에서 알아차리
고 소리 이전에서 깨달아 버렸습니다.그런데 제가 괜스레 군더더
기를 붙여 허물을 드러냈을까 걱정이오며,크신 자비로 외람되이
살펴 보아달라는 청을 받잡고,이로써 마침내 노농(老農),노포(老
圃),노마(老馬)*의 지혜를 잊고 부끄러운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