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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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33
에 있는 것이다.예컨대 모든 티끌 경계가 항상 흘러 들어와 속을
꽉 막으나 체득한 사람에게는 완전히 뚫려 있으니,모두가 자기의
큰 해탈문이다.종일토록 무엇을 해도 한 적이 없고,좋고 싫음이
전혀 없으며 권태도 없다.
모든 중생을 제도하면서도 제도를 한다느니 제도를 받는다느니
하는 생각이 없는데 하물며 염증을 내랴.성품이 치우치고 메마른
이가 있으면 부족한 점을 보태 주어 원만하게 해준다.또한 방편
을 열어 중생을 섭수하여 교화하는 데 있어서,위아래로 살펴 응
대하며,높고 낮고 멀고 가까움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게 한다.상
불경(常不輕)보살의 행을 실천하고 인욕선인(忍辱仙人)을 배우며
옛 부처님의 법도를 따라 37품(三十七品)의 조도법(助道法)을 성취
하며,4섭법(四攝法)을 견고하게 행하여 큰 작용[大用]이 목전에
나타나게 되면 시끄러움과 고요함이 하나가 된다.물 따라 내려가
는 배에 노 젓는 수고가 필요치 않듯이 모두를 흠뻑 받아들여 보
현보살의 행원(行願)을 원만하게 깨달으니,세간과 출세간의 큰 선
지식이다.
옛 스님은 말하기를,“촌구석[三家村]그대로가 저마다 총림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왜냐하면 총림이 없는 곳엔 뜻 있는 사람
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편리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더욱 편리함에만 집착하게 되니,반드시 힘써서 끝까지 게으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끄러움과 고요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즉 시끄러운 곳에선
두루두루 변화에 응하되 속은 텅 비고 고요하여,텅 비고 고요한
곳에서는 고요함에 매이지 않아야 한다.그렇게 되면 가는 곳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