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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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35
이 있으랴.
불조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다만 이 큰 인연을 주창하셨으니,
‘오직 마음[心印]만을 전할 뿐 문자를 쓰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최상 근기만을 상대하여 하나를 들으면 천을 깨닫는 자를 귀하게
여길 뿐이다.그 자리에서 알아차려 수행을 마치고 명예와 이익을
구하지 말고,오직 생사를 투철하게 벗어나고자 힘써야 한다.
지금 이미 그 자손이 되었으니 그 가풍[種草]을 간직해야 한다.
예로부터 도가 있었던 사람들을 살펴보니,그들은 움쩍하면 용과
호랑이를 항복시켰으며 불보살이 신통으로 계(戒)를 주었다.괴로
움과 싸우고 담백한 음식을 먹으며 인간세상을 몽땅 잊고 티끌세
계를 영원히 떠났다.
20 ․30년을 자취와 명예를 숨기고 다리 부러진 냄비로 밥을
해 먹으면서,더러는 앉아서도 죽고 서서 죽기도[坐脫立亡]하였
다.그 가운데 한 개 또는 반개의 도인이 여러 성인이 밀어내 줌
으로써 출세하여 종풍을 세우고,고매한 행을 지니며 부처님의 은
혜에 힘써 보답하지 않음이 없었으니,비로소 내놓은 한두 마디는
부득이해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이것은 중생들을 인도하여 진리
로 들어가게 하는 문이며,초인종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
다.그들의 체제와 역량은 후학들의 모범이 될 만하니 마땅히 본
받고 더더욱 힘써서 옛 가풍을 되찾아야 한다.절대로 명리를 구
하려 해서는 안 된다.그러기를 깊이깊이 축원하노라.
마조(馬祖)스님이 옛날에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키[簸]장이 집
이라는 조롱 때문에 도를 펴기가 어려울까 두려워하여 다시 협
(峽)땅을 나와 강서(江西)에 가서 인연이 맞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