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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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수(大隋)스님은 지난날 고향으로 돌아와 우선 용회(龍懷)의
            길 입구에서 3년 동안 차를 끓이면서 여러 인연을 맺다가 목암(木

            菴)에 은둔하여 촉(蜀)땅에서 도를 행하였다.
               향림(香林)스님은 옛날에 고향으로 돌아와 수정궁(水晶宮)에 자
            취를 감추고 40년 동안 한 덩어리가 된 일을 성취하여 지문(智門)

            노스님의 가풍을 드날리더니,이윽고 설두(雪竇)스님을 배출하여
            운문(雲門)스님의 정통 종지를 크게 펼쳤다.이처럼 머무르기도 하
            고 다시 나오기도 하되,이 모두를 인연으로 판단하였다.지금은

            이미 멀리 서역만리에 돌아갔지만 행각의 근본 뜻만을 간직할 뿐,
            결코 머무르고 떠남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자명(慈明)스님이 옛날에 분양(汾陽)스님을 하직하자 분양스님

            은 이렇게 축원하였다.
               “절을 짓고 보수하는 일은 자연히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불법

            의 주인이 되도록 하여라.”
               자명스님은 그로부터 다섯 번이나 큰 사찰에 머무르게 되었으
            나 서까래 하나 건드리지 않고 임제스님의 정통 종지만을 드날렸

            다.드디어는 양기(楊岐)․황룡(黃龍)․취암(翠巖)세 큰스님을 얻
            어 자손이 세상에 두루 퍼지니,결과적으로 당부를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옛사람은 짐을 걸머질 만한 사람을 선택하는 데 이처럼 신중했
            다.절집을 화려하게 장엄하는 일은 불법에 있어서는 대단할 것이

            없다 하겠다.
               부처님의 도는 아득하고 넓어 오랫동안 부지런히 힘써야만 성
            취할 수 있다.조사의 문하에선 팔을 자르고 눈 속에 서 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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