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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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하물며 모든 인연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여기 머무르는 가운데 바야흐로 가풍을 세워 남들의 못과 쐐기
를 뽑아 주며 그들의 집착을 없애 줄 수 있으니,바로 이것을 일
대사인연(一大事因緣)이라 한다.여래가 간직하신 비밀스런 말씀을
가섭이 감추지 않았으니 이것이 바로 여래의 진실한 밀어이다.감
추지 않은 그것이 곧 은밀함이며 은밀한 그대로가 감추지 않음이
니,이를 어찌 미혹한 생각에 매이고 잘잘못을 따지며,상투적인
격식에 빠져 알음알이를 짓는 자와 함께 거론할 수 있으랴!투철
히 벗어나 실제로 깨달은 경지에 도달하려면 격식에서 벗어나고
종지를 초월한 맨 꼭대기에서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깨닫고 나서
는 잘 간직했다가 상근기를 만나거든 그때 가서 인가해 줄 일이
다.
불자를 들고서 법좌에 올라 종사라 불리면서도 본분작가(本分
作家)의 수단이 없다면 사방에서 찾아오는 사람을 속여 그들을 풀
밭 구덩이 속으로 끌어들여 자질구레한 물건으로 만들어 버리는
꼴을 면치 못하리라.만약 금강의 바른 안목을 갖추었다면 먼지
하나 묻지 않은 말쑥한 경지에서 오로지 본분사를 가지고 지도할
일이다.그러나 설사 견처가 부처님과 같다 해도 그들은 오히려
부처님의 경지라는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방(棒)을 휘두르고 할(喝)을 내뱉으며 한 기
연과 한 경계,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낚싯밥이었다.홀로 벗어남
을 귀하게 여길 뿐,풀잎이나 나무에 붙어사는 도깨비짓을 무엇보
다 꺼린다.이른바 농사꾼의 소를 빼앗고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
는다는 것이니,그런 솜씨가 아니라면 모두가 흙장난이나 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