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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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39
일 뿐이다.
제방에서 찾아온 납자로서 숙세의 선근이 있어 공부를 하다가
곧장 깨달아 들어갈 수 있는 자라도 진정한 종사를 만나지 못하
면,도리어 그를 끌어다가 격식을 표방하고 기연과 경계에 떨어져
서 오랏줄 없는데 스스로 결박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한다.
비슷하기는 하나 옳지 않은 이것이 가장 처리하기 어렵다.요
컨대 그의 병맥을 알고 막힌 곳을 가려내며 치우친 곳을 캐물어
일깨워 주고,집착과 막힘을 버리게 해야 한다.그런 뒤에 진정한
본분종지를 보여주어 의혹이 없게 해야 한다.그리하여 분명하게
큰 해탈을 얻고 큰 보배 집에 거처하면 자연히 쫓아도 떠나지 않
으리라.그렇게 되면 불법을 크게 넓히고 조사의 법등(法燈)을 끊
임없이 이어서 가히 갚지 못할 은혜를 갚았다고 할 만하겠다.
황룡 혜남(黃龍慧南)선사가 지난날 석상(石霜)스님을 뵙기 전에
는 한 밥통의 선[一肚皮禪]*만을 알았었다.취암스님은 그를 가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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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기고 자명(慈明)스님을 찾아보라고 권하였다.거기서 오로지
“영운(靈雲)스님은 투철하게 깨치지 못했다”고 한 현사(玄沙)스님
의 말씀을 끝까지 캐 들어갔는데,시절이 맞아서 기왓장 부서지
듯,얼음 녹듯 하여 이윽고 인가를 받았다.그리하여 30년을 이
도장으로 제방의 알음알이를 뽑아 주었다.병을 낫게 하는 데는
이런저런 약이 필요치 않으니,긴요한 곳에 어찌 그 많은 불법이
있으랴.
*두피(肚皮)는 뱃속이라는 뜻.자기 뱃속 하나는 가득 채울 만하지만 결국 좁
은 소견이라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