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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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41


               6.융지장(隆知藏)에게 주는 글(蘇州 虎丘山에 주석하였다)



               조사가 나오신 뒤로,바로 가리킴만을 오로지 전하는 데 힘썼
            을 뿐,사람을 물에 띄우고 진창으로 이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
            으니,표방과 격식을 늘어놓는다면 바보짓이다.석가부처님이 3백

            여 차례나 법회를 하시고 근기에 따라 교화를 베풀고 세상에 나
            와 모범을 보이신 것은 아마도 노파심에서 나온 번거로운 말씀들

            [周遮]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끝에 가서는 요점만을 가지고 최상근기를 제접하셨던
            것이다.가섭으로부터 28대 조사까지 기연에 따른 관문[機關]을

            보여준 일은 적고 이치를 설명한 적이 많았으나,법을 부촉해 줄
            때 가서는 언제나 직접 대면하여 받아 지니지 않음이 없었다.
               예컨대 찰간대를 거꾸러뜨리고 사발 물에 바늘을 던지며,원상

            (圓相)을 보이고,승리의 붉은 깃발을 잡으며 밝은 거울을 잡고 무
            쇠말뚝처럼 전법게(傳法偈)를 설하였다.
               달마스님이 6종(六宗)으로 외도(外道)를 규정짓자 천하가 태평

            하여 ‘나는 하늘이고 너는 개다’로 낙착됐으니,이는 헤아리고 따
            져서는 알 수 없는,민첩한 신기(神機)이다.마침내 양(梁)나라에

            갔다가 위(魏)나라로 가서는 또다시 부처님 교설 밖에 따로 행하
            고 오직 마음[心印]만을 전하는 도리를 말씀으로 드러내 보였다.6
            대에 걸쳐 가사를 전하며 지적한 도리가 분명하였고,조계 대감

            (曹谿大鑑)스님에 이르러선 언설에도 통하고 종지에도 통함을 자
            세하게 드러내 보였다.

               오래도록 이렇게 지내 오자 바른 안목을 갖추어 크게 해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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