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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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장들이 격식을 변동하고 막힌 길을 틔웠다.사람들로 하여금 이
            름과 모습에 걸리거나 이론과 말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우뚝하게

            살아 있어서 씻은 듯 자유로운 묘한 기틀을 내놓았다.그리하여
            드디어는 방(棒)을 휘두르고 할(喝)을 내지르며,말로써 말을 무찌
            르고 기틀로 기틀을 빼앗으며,독으로 독을 쳐부수고 작용으로 작

            용을 타파함을 보게 되었다.
               때문에 700여 년을 흘러오는 동안,파가 갈리고 저마다 호호탕
            탕하게 자기 가풍을 드날려 그 종극점을 알 수 없었으나,그 귀착

            점을 논할진댄 직지인심(直指人心)을 벗어나지 않는다.마음자리가
            밝아지면 실낱만큼도 막힘과 장애가 없어서,지고 이김,너와 나,
            옳고 그름 등의 지견(知見)과 알음알이를 버리고 크게 쉬어버린

            안온한 데에 도달하거늘,여기에 어찌 두 가지 이치가 있으랴.
               이른바 “모든 시냇물은 제각기 흐르지만 바다로 다 함께 돌아

            간다”고 한 것이다.요컨대 원대한 식견을 갖춘 향상(向上)의 근기
            라야 불조의 뜻과 기개를 이을 수 있다.그런 뒤에야 조실의 문지
            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철저하게 믿어서 곧장 붙들어 잡아야

            비로소 인가를 받고 본분의 가풍을 감당할 만하리라.이밖에 부디
            비밀스럽고 보배로이 잘 간직하여 말을 삼가고,쉽게 놓아 지내지

            말라.
               오조(五祖)스님은 평생 고고하고 준엄하여 인가한 사람이 적었
            다.무미건조하게 우뚝 서서 이 하나[一著子]만을 의지하며 항상

            말하기를,“한 무더기 수미산을 의지하듯 하라”하였는데,어찌 허
            튼 농담과 우스개질로 사람을 속이는 데 떨어졌겠는가.아무 맛
            없는 생철맛을 학인들에게 처음부터 들이밀어 씹게 하여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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