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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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45
조스님은 황매산(黃梅山)에서 돌을 지고 디딜방아를 찧었던 것입
니다.그 나머지 분들도 이삼십 년씩을 부지런히 힘썼으니,어찌
쉽게 인가하였겠습니까.
이는 아마도 근기를 관찰하여 맞게 가르치고 백천 번을 단련하
였기 때문일 것입니다.편견이나 집착,의심 등이 생기자마자 모
두 결단내 주어 철저히 놓아버리도록 하여,마치 새는 가죽부대를
새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쳐도 부서지지 않는 곳으로 평온하게
옮겨 밟도록 하였습니다.그런 뒤에야 세상에 나와 중생들을 지도
하게 하였으니,이야말로 작은 인연이 아닙니다.한 구석이라도
빈틈없게 하지 않으면 모양새가 바르지 못하니,이리저리 들쭉날
쭉하면 선지식에게 비웃음을 당합니다.이 때문에 옛 스님들은 8
면으로 영롱한 구슬처럼 빈틈없고 올바르고자 힘썼을 뿐입니다.
안으로는 자기 행실이 얼음장이나 옥처럼 청결하고,밖으로는 방
편을 원만하게 통달하여 뭇 유정들을 보살펴서 마치 방죽의 못물
처럼 서로 잘 돌이켜 베풀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참문할 때에는 본분의 일로써 낱낱이 묻고 점검하여
그가 알아차리면 그때 가서 수단을 써서 탁마해 주었으니,비유하
면 물 한 그릇을 조금도 흘리지 않게 다른 그릇에 쏟아 붓는 것과
도 같다 하겠습니다.농사꾼의 소를 몰고 가고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듯 하여 귀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니,큰 해탈을 의지해야만 다
시는 머리에 뿔 달린 이류(異類)중생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함이 없는 데에 편안히 안주하면 참으로 5계 10선(五戒十善)으
로 티끌세계를 벗어난 아라한입니다.달마스님도 “행동과 이해가
서로 일치한 사람이라야 조사라 부른다”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