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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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47
말하고 저기서는 저리 말하게 될 걸세.”
“ 저는 자신의 병을 치료할 뿐인데,어찌 감히 다른 사람을 위
하겠습니까?”
“ 그대는 말년에 반드시 세상에 도를 크게 펼칠 걸세”라고 하였
는데,과연 그렇게 되었습니다.
옛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향상의 한 덩어리 인연을 확철대오
하여 언상(言像)과 분별을 떠나 확고한 곳에 이르렀으니,그들은
홀로 즐기며 편안히 쉬는 경계를 스스로 알았던 것이 아니겠습니
까.그러나 마조대사는 오히려 이처럼 격려하였으나,정작으로는
원만자재한 변통으로 한 모서리만 지키며 한 곳에만 달라붙지 않
기를 바랐으며,반드시 고금을 포괄하여 원만하게 실천하고 섭화
해서 둥글게 뒤섞여서 그 한계가 없기를 바란 것이었습니다.
중생을 이롭게 할 때는 팔방으로 적을 받아들이고 초막 속을
헤쳐서 하나나 반개의 꼬리 그을린*큰 잉어를 찾아서 본분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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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을 담당할 법손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이 어찌 방편으로
불조의 은덕에 보답하고자 불사를 짓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요컨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방편의 손을 드리워 척척 닿는 곳
마다 모름지기 몸을 벗어날 기틀이 있어야 하며 남의 눈을 멀게
해서는 안 되고 인과를 미혹해서 그르치면 안 되니,도리어 이익
이 되지 못합니다.이것이야말로 선지식에게 가장 요긴한 길입니
다.
황룡 혜남(黃龍慧南)선사는 일찍이 말하기를,“단정하게 방장실
에 거처하면서 본분의 일로 사방에서 찾아오는 사람을 제접하는
*초미(焦尾):등용문(登龍門)에서 벼락을 맞아 꼬리가 그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