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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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제대로 홍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마침내는 모래와
            흙도 쓸어버리지 않아야만 이윽고 석가세존과 가섭존자와 눈 푸

            른 달마와 신광(神光:혜가)과 한 자리에 앉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무심코 손을 드리워 사람을 죽이고 살림에 애초부터
            정해진 격식은 없습니다.긴밀하고 우뚝하여 천신만고의 지극히

            험하고 독한 곳에서 곧바로 명근(命根)끊는 솜씨를 얻는 것을 귀
            하게 여길 뿐이니,그런 뒤에 헛되게 인가해 주지 않게 되는 것입
            니다.백운(百雲)스님께서는 “신선의 비결은 부자간에도 전하지 못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9.고서기(杲書記)에게 주는 글(杭州 徑山寺에 머무르다)



               임제의 정종(正宗)은 마조(馬祖)스님과 황벽(黃檗)스님으로부터
            대기(大機)를 드날리고 대용(大用)을 발휘하였다.그물을 벗어버리

            고 소굴을 벗어나 호랑이와 용처럼 달리며 별똥 튀고 번개가 부
            딪치듯 하여서 오므렸다 폈다 잡았다 놓았다 하는 이 모두가 본
            분(本分)에 의거하여 면면적적(綿綿的的)하였다.

               풍혈(風穴)스님과 흥화(興化)스님에 이르러선 종풍을 더욱 높이
            드날리고 기봉은 더욱 준험하였다.서하(西河)스님은 사자를 희롱

            하였고 상화(霜華)스님은 금강왕(보검)을 떨쳤는데,종문(宗門)의 문
            지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인가를 직접 받지 않고서는 그 규모
            를 알 수 없으며 부질없이 스스로 껍데기만 더듬는다면 희론만

            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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