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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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49
8.법제선사(法濟禪師)에게 드리는 글(泗洲의 普照寺에 머무른 勝長老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다자탑(多子塔)앞에서 법좌를 반으로
나누어 앉으셨을 때,이미 이 도장[印]을 은밀히 전수하셨습니다.
그 뒤 꽃을 들었던 일은 두 번째 공안이었으며 나아가 금란가사
(金欄袈裟)를 맡기고 계족산(雞足山)에서 미륵불을 기다리게까지는
몇 가지 절차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달마스님은 멀리 서쪽 천축국으로부터 양나라에 갔다가 위나라
에 들어와서는 소림굴에 차갑게 앉아 있었습니다.그런데 깊은 눈
속에서 팔을 끊는 늙은이가 그것을 간파해 냈기 때문에,누설하여
그에게 맡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그리하여 이를 두고 ‘오로
지 은밀한 기별(記莂)만을 전한다’고 하는데,자세히 따져 보면 모
두가 잘못된 것입니다.
이로부터 서쪽에서 온 종지를 떠들썩하게 전하게 되었는데,세
간의 시류 따라 잘못을 더하여 온 세상에 퍼져서 5가 7종(五家七
宗)으로 나뉘어 서로가 문호를 세우고 제창하였으나,실제로 따져
본다면 결국 무슨 일을 이루었습니까.
그러므로 예로부터 통달한 사람은 이런 차반은 먹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이치겠습니까.우주 바깥을 볼 수 있다 해
도 그 자체와는 다른 것임을 알겠는데,더구나 가없는 향수해(香
水海)에 떠 있는 당왕찰(幢王刹)의 밑바닥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
도 그 실다운 곳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리오!그러므로
이 대장부의 일은 박차서 뒤바꿔 놓고 번쩍 들어서 열어 젖히는
걸음걸이와 지략으로써 똑같은 가풍을 깨쳐야만,비로소 맡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