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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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장로의 직분입니다.그 나머지 자잘한 일들은 소임 맡은 사
람[知事]에게 맡기면 안 될 일이 없다”라고 하였는데,정말 그렇습
니다.
그러나 사람을 쓸 때는 반드시 조심스럽게 선택하고 일을 맡겨
그르치지 않게 해야 합니다.대위사(大潙寺)진여(眞如)스님은 말
하기를,“주지하는 데는 특별한 재주가 없다.그저 사람을 잘 쓰
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고 했으니,깊이깊이 생각하십시오.
속담에,재주를 부리는 것이 원칙대로 하는 것만 못하다고 하
였습니다.백장 대지(百丈大智)스님이 규범을 세우시니 천고에도
그것을 부수지 못하였고,요즈음도 조심스럽게 준수할 뿐입니다.
자기가 솔선하여 그 고아한 모범을 어기지 않으면 여러 사람들이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말후구를 꺾어 거꾸러뜨리고 생사를 투철히 벗어난 납자라면
모름지기 모든 성인들이 가두어도 갇히지 않고 번뇌의 뿌리[命根]
까지 끊어 버리는 하나[一著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옛 분들에게는 잡고 놓고 죽이고 살리고 하는 큰 도리가 있었
으며,큰 해탈을 얻어 언제나 그 지식(知識)을 활용하였습니다.알
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니,일 속에서 살펴보아 그 근기에 마땅하
게 초탈 단행해야만 비로소 영원토록 힘을 얻을 것입니다.
양기조사(楊岐祖師)는 금강권(金剛圈)과 율극봉(栗棘蓬)을 제창
하여 용과 뱀을 가려내고 호랑이와 물소를 사로잡았습니다.만약
본분종사가 그 집안 사람이라면,무심코 드러내 보여도 납자의 혀
끝을 앉은 자리에서 끊는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