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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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51


               대체로 하늘을 치솟는 기개를 가지고 격식 밖의 도리를 받아
            지니고 싸우지 않고도 백성과 군사를 굴복시키며,살인을 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해도 오히려 본분의 취지와는 비슷하지
            도 못한데,하물며 별을 옮기고 북극성을 바꾸며 천륜(天輪)을 굴
            리고 지축(地軸)을 돌리는 경우이겠느냐.그러므로 3현 3요(三玄三

            要)와 4료간(四料簡)과 4빈주(四賓主)와 금강왕보검(金剛王寶劍)과
            땅에 웅크린 사자[踞地師子]와 한 할이 할의 작용을 하지 못함[一
            喝不作一喝用]과 고기 찾는 장대와 그림자 풀[探竿影草]*과 한번
                                                                1 1)
            의 할에 객과 주인을 나눔[一喝分賓主]과 조용(照用)을 일시에 행
            함 등 많은 까다로운 언구[絡索]들을 보여주었다.
               많은 납자들이 제 나름대로 분별 설명을 하였으나,“우리 법왕

            의 창고 속에는 이러한 칼이 없다”고 한 것을 사뭇 몰랐다 하리
            라.희롱하여 가지고 나오면 보는 자들은 그저 눈만 끔적거릴 뿐

            이니,모름지기 저 빼어난 이들은 계합 증오하여 시험과 인정을
            받아 때로는 정면으로 때로는 측면으로 제접하며 본분의 수단을
            쓰거니,어찌 일정한 단계와 매체를 빌리랴.

               보수(寶壽)스님이 개당할 때 삼성(三聖)스님이 어떤 한 스님을
            밀어내자 보수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그러자 삼성스님은 말하기

            를,“그대가 이와 같이 사람을 대한다면 이 스님만 눈멀게 할 뿐



            *탐간영초(探竿影草)
              1. 고기 잡을 때 장대 끝에 풀을 매달아 물속에 담가 풀 그림자를 드리우면 고기
                가 그곳으로 모이는데,종사가 학인을 가르치고 시험하는 방편을 비유함.
              2. 도둑이 밤에 남의 방에 침입하려 할 때 풀 몇 가닥을 방문 밖에서 비춰 흔들
                어 안에 자던 사람이 깨는지 안 깨는지를 먼저 탐색해 보고 들어갔는데 선문에
                서 이것을 종사와 학인이 탐색하고 시험하는 데 비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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