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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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라,진주(鎭州)땅 온 성안 사람들의 눈까지 모두 멀게 하고
            말리라”고 하였다.그러자 보수스님은 주장자를 던져 버리고 곧바

            로 방장실로 되돌아가 버렸다.
               흥화스님이 함께 참학하던 스님이 찾아오는 것을 보더니 문득
            ‘할’하자 그 스님도 할하였고,흥화스님이 또 할하자 그 스님도 다

            시 할하니 흥화스님은 “보아라,이 눈먼 놈아!”라고 하고 곧바로
            후려치며 법당에서 쫓아내 버렸다.시자스님이 “그 스님에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요?”라고 묻자 흥화스님은 말하였다.

               “그에게는 권(權)도 있고 실(實)도 있었다.내가 손을 가지고 그
            의 면전에 옆으로 두 번을 댔으나 결코 그는 알지 못하였다.그러
            니 이처럼 눈먼 놈을 때리지 않고 어찌하겠느냐.”

               살펴보건대,저 본분의 종풍은 월등히 뛰어나 지략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오직 저들의 눈이 바른 것만을 바랄 뿐이었다.올바

            른 종지를 붙들어 걸머지고 바른 종안을 갖추려면,모름지기 처음
            부터 끝까지 골수에 사무쳐 실오라기만큼도 구애됨이 없어 아득
            히 홀로 벗어나야만 한다.그런 뒤에야 정확하게 서로 이어서 이

            위대한 법의 깃발을 일으키고 이 큰 법의 횃불을 밝힐 수 있다.
            그리하여 마조(馬祖)․백장(百丈)․수산(首山)․양기(楊岐)등의 스

            님을 계승할 뿐 외람되게 다른 곳을 넘보지 말아라.




               10.보령(報寧)의 정장로(靜長老)에게 드리는 글



               영산(靈山)에서 단독으로 전하고 소실봉(少室峯)에서 은밀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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