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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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53
려준 법은 세상무리에서 우뚝 뛰어난 이를 요합니다.이들은 티끌
바람에 풀이 움직이는 것을 증험하고 눈빛이 형형하여 푸른 하늘
을 뚫습니다.산이 막혀 있어도 일어났는지 자빠졌는지를 알며 소
리를 삼키고 자취를 없애서 털끝만큼도 남겨 두지 않습니다.그러
면서도 물결 거슬리는 파도를 일으키고 흐름 끊는 기틀을 움직입
니다.
문턱에 올라가 사람을 물어뜯는데 날랜 매와도 같이 빨라서 그
림자를 감추고 허공을 스치듯 합니다.등으로는 푸른 하늘을 어루
만지며 눈 깜박할 새에 지나 버리고,붙들면 오고 밀치면 가니 참
으로 초준하다 하겠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이 올바른 종지가 유전
하여 훗날까지 표준이 되었던 것입니다.
누구라도 살인을 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뒤에야 작가 선
지식이 되었습니다.황벽(黃檗)스님은 태어나면서부터 이것을 알아
천태산(天台山)에 행각할 적에 나한(羅漢)이 파도를 타고 폭포 건
너는 것을 보자 즉시 쳐죽이려고 하였습니다.그런가 하면 백장스
님이 마조스님의 ‘할’한마디에 사흘 동안 귀가 먹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뒤로 물러나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이는 대기(大機)
의 작용인 줄을 알지니,어찌 견해가 좁고 견문이 얕은 사람이 헤
아릴 수 있겠습니까.그 후 임제조사를 제접할 때는 온통 그대로
작용하여 눈썹을 아끼지 않고 가업을 이을 자식을 얻어서 천하
사람들에게 음덕을 입혔습니다.
뜻 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충분히 알고 노련하게 단련하여 격식
과 종지를 초월해야 합니다.그런 뒤에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고
농사꾼의 소를 몰고 가는 솜씨로 옛 규범을 계승하여 방향을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