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54
54
지 않아야 합니다.아무리 미세한 곳이라도 물방울이 스며들 수
없고 햇빛도 뚫지 못하며,너그러이 한가한 때라도 모든 성인이
그를 찾아낼 수 없어야만 비로소 향상의 씨풀[種草]입니다.
오조봉의 노스님이 항상 말하였습니다.
“석가와 미륵도 오히려 그의 노예이다.필경 그는 누구이겠느
냐?”
여기에서 어지럽게 송곳 찌르는 것을 어찌 용납하겠습니까.있
는 줄을 알기만 하면 조금은 옳다 하겠습니다.
무릇 장부의 기개를 떨쳐 상류(上流)를 뛰어넘고자 한다면 반
드시 손을 써서 바로 얽매이지 않게 해주며,불러도 되돌아보질
않아야 하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기연에 응대해 주어야 합당한
것이니,말쑥하여 깨끗한 경지입니다.풀 구덩이 속에서 구르거나
귀신의 굴속에서 도깨비와 희롱하지 마십시오.현묘한 이성(理性)
을 가지고 눈썹을 드날리며 눈을 깜박이고,손을 들고 다리를 움
직이는 사이에 합당한 말만을 하여 실다운 법으로 세상의 남녀를
얽어 묶지 말아야 합니다.마치 한 봉사가 여러 봉사를 이끄는 것
과 같으니,어찌 방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이미 지위에 앉아 종사라 불리는 사람은 참으로 쉽게 생각해서
는 안 됩니다.자기의 분에 맞게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고고하고
준엄하게 해야 합니다.마치 사자가 노닐 때 그 의기가 뭇 짐승을
놀라게 하듯,나왔다 들어갔다 사로잡았다 놓았다 함을 끝내 헤아
리기 어렵습니다.갑자기 땅에 웅크리고 앉아 반대로 몸을 매달리
면 모든 짐승이 달아나면서 겁을 집어먹으니,어찌 수승하고 기특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