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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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55
이러한 사람이라면 3천 리 밖에서도 이미 일의 단서를 모두 살
핍니다.그래서 암두스님은 말하기를,“물위에서 호로병을 누르는
것과도 같아 무심하여 호호탕탕한 경지는 억지로 잡아당겨 얽어
매려 해도 되질 않고,부딪치고 누르는 대로 천지를 덮는다”고 하
였습니다.잘 기르고 실천하여 이 경지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영
산․소실과 함께 한 가닥 길을 나눈다 하겠습니다.
황벽․임제․암두․설봉 등의 스님은 서로 빈(貧)․주(主)가
되어,바람이 불면 풀이 쓰러지듯 하였습니다.그리하여 세상에
나온 것을 헛되게 하지 않고 30년 20년 법을 펼쳤습니다.그들의
집안에는 같이 흐르고 함께 증명하여 통달한 사람이 저마다 있어
서,서로서로 보호하였습니다.누가 변화(卞和)의 구슬을 감정할
사람이 없다 하겠습니까.나는,용의 구슬은 어디에서도 항상 맑
다고 하겠습니다.
11.개성사(開聖寺)융장로(隆長老)에게 드리는 글
개성사(開聖寺)주지 융(隆)스님과 정화(政和:1111~1117)연
간에 상서현(湘西縣)도림사(道林寺)에서 만났을 때 아교와 옻칠이
붙듯 화살과 칼끝이 부딪치듯 하여,이 때문에 큰그릇이라고 여기
게 되었습니다.그러다가 다시 종부(鐘阜)땅에서 만났는데 이미
큰 풀무 속에서 담금질을 마치고,이 큰 일의 인연을 요달하셔서
날로 가까워지고 친근해졌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불조가 격식과 종지를 초월하였고,천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