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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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을 가두어도 머무르지 않는 곳에서 털끝이나 바늘구멍 사이에
            서 확연히 통하여 백천만억의 가없는 향수찰해(香水刹海)를 포용

            하였습니다.그리고는 주장자로써 대대로 내려오는 성인들의 명맥
            을 하나하나 발현했으며 취모검 위에서 주장들을 뚝 끊어 버렸다.
            울퉁불퉁한 나무 선상에 앉아 사람들에게 쐐기와 못을 뽑아 주고

            끈끈한 것을 떼어 주고 결박을 풀어 주어서 큰 자유를 얻게 하였
            습니다.
               이문(夷門)땅으로 찾아와 자리를 함께하여 의지하며 지낸 지

            오랩니다.무엇보다도 임제스님의 정법안장 하나가 면면히 이어져
            자명(慈明)․양기(楊岐)두 스님에 이르렀으니 모름지기 바람도 들
            어가지 못하고 물도 적시지 못하는 영리한 놈이라면 살인을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기개를 자부하고 깨달음의 도장[正印]을
            높이 들어야 합니다.조사와 부처를 꾸짖고 욕하는 것은 오히려

            그 밖의 일입니다.그대로 온 누리 사람들로 하여금 철저하게 생
            사의 소굴을 말쑥하게 끊고,아무 할 것 없는 크게 통달한 경계에
            도달하여야 본분의 씨앗이 됩니다.





               12.보현사(普賢寺)문장로(文長老)에게 드리는 글



               부처와 조사는 마음으로 마음에 전하였는데,대개 모두는 투철
            하게 깨달아 벗어나서 마치 두 거울이 서로 비추듯 언어나 형상
            에 걸리지 않았습니다.격식과 헤아림을 멀리 초월하여 화살과 칼

            끝이 서로 마주 버티듯,애초에 다른 인연이 없어야만 도의 오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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