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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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77
23.종각선인(宗覺禪人)에게 주는 글
종문에서는 날카로운 지혜를 가진 최상근기로서 생사를 벗어나
고 지견을 끊으며 언설을 여의고 성인과 범부를 초월하는 오묘한
도를 가진 자를 제접한다.그러니 어찌 천박하고 좁은 식견을 가
지고 도리를 따지거나 기연․경계 등의 알음알이 위에서 살 궁리
를 하는 자가 헤아릴 수 있으랴.
반드시 용과 호랑이처럼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
을 자를 요한다.그들은 재빠르고 날카로운 역량을 써서 거량하는
소리를 듣기만 하면 바로 떨치고 일어나 떠나 버린다.밖으로는
세간의 속박과 집착을 버리고 안으로는 성인이니 범부니 하는 미
혹한 생각을 버리고,곧바로 홀로 아득하며 높고 초준한 곳에 도
달한다.실낱만큼도 의지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분명히 알아차리
고 온몸으로 짊어져,부처님이 와도 현혹되어 동요하지 않는데 하
물며 조사나 종장의 말과 기봉이야 말해서 무엇 하랴.한 칼에 끊
어 다시는 돌아보지 말고 그 밖의 잡다한 것들에는 무심해야 조
금이라도 뛰어난 무리[上流]와 상응할 수 있다.
듣지도 못하였느냐.영가(永嘉)스님은 조계에 들어서자마자 사
자후를 하였으며,단하(丹霞)스님은 마조스님이 선불장(選佛場)보
여주는 것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결판을 냈으니,이들은 두 스
님 앞에 이르자마자 흐름을 거슬러 투합하였던 것이다.또 양좌주
(亮座主)는 한마디 말끝에 42본(四十二本)경론이 얼음 녹듯 하였
고,덕산스님은 (용담스님이)지촉(紙燭)을 불어 끄는 순간 경론의
소초(疏鈔)를 모두 태워 버렸으며,임제스님은 육십 방망이를 맞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