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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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돌연 내던졌으니 모두가 투철히 벗어난 사람들이다.그런데
도 이들은 일찍이 몇 차례나 조사의 방에 들어갔으며 법문을 몇
차례나 청했는지를 알지 못한다.
요즈음 도를 배우는 납자들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대개는 그저 공안이나 기억하고 예와 지금을 비교하여 따
지고 말을 외워 복잡한 이론을 풀고 표방하는 주장을 배운다.그
러니 어느 때에 쉴 수 있으랴.이렇게 한다면 한바탕 너절한 잡동
사니만을 불려낼 뿐이다.그렇게 된 근본 원인을 추궁해 보건대,
위로는 아직 작가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였으며 스스로는 대장부
의 뜻과 기상을 걸머지질 않았었다.
그렇기에 일찍이 뒤로 물러나 자기에게로 돌아서서 정신을 차
리고 이제껏 가져왔던 승묘(勝妙)하다는 생각을 놓아버리고 단도
직입적으로 벗어나 본본의 일대사인연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분명하게 깨닫지를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일생을 애써 수고한다 해도 꿈에서도 보지 못하
고 말리라.때문에 옛사람은 “보리는 말을 떠났으며,애초부터 얻
은 사람이 없다”고 하였다.또 덕산스님은 “나의 종지에는 말이
없으며,아무 법도 사람에게 줄 것이 없다”고 하였으며,조주스님
은 “부처[佛]라는 한마디를 나는 듣기 좋아하지 않는다”하였다.
이들을 보면 벌써 흙을 뿌려 사람들을 호도해 버린 것이다.만
약 다시 몽둥이질 속에서 현묘함을 구하고 “할”소리에서 오묘함
을 찾으며 눈을 부릅뜨고 손과 발을 움직인다면 더욱 여우의 소
굴로 떨어지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