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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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서도 그저 남쪽 밭두덩을 쳐다볼 뿐이다.
               마침 금년 가을은 크게 풍년이 들었으니,청컨대 각민선객(覺民

            禪客)은 베어 거두도록 하시라.떠나는 길에 한마디 청하길래 위
            의 이야기를 해준바,무엇보다도 근본을 받들어 지말에 파급하는
            일을 중히 여겨야 한다.그래야 날카로움과 관조를 겸하게 되리

            니,이는 원만하게 깨닫고 통달한 사람의 본분사이다.힘써 실천
            해야만 좋으리라.
               일반적으로 도를 배우고 현묘함을 참구하려면 반드시 큰 신근

            (信根)을 가져야 하니,이 일은 언어문자와 모든 경계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믿고 자기의 체험을 확실하게 해야만 한다.
            지난날 지었던 알음알이와 미치고 허망한 마음을 놓아버리고 곧

            바로 실낱만큼도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
               본래 청정무구하고 원만 고요한,오묘한 본성 속에서 철저하게

            알아차려 주관․객관을 둘 다 잊어버리고 언어와 사고의 길이 끊
            겨진 자리에서 확연하게 본래의 면목을 보아야 한다.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어서 견고하게 움직이지 않게 한 다음에야 걷고 몸을

            움직이며 말하고 숨을 쉬는 모두가 5음(五陰)의 마군 경계에 떨어
            지질 않으리라.

               그러면 일체의 불법이 앉은자리에서 눈앞에 나타나리니,마침
            내 움직이거나 앉거나 모두 선(禪)에 계합하여 생사의 근본을 벗
            어버리고 일체의 번뇌와 매임을 영원히 떠나 씻은 듯이 하릴없는

            도인이 되리라.하필이면 종이 위에서 저 죽은 말들을 찾으려 하
            는가?
               “모든 풀 끝에 조사의 뜻이 있다”함*을 협산(夾山)스님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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