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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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79
이 종지는 깨달음을 귀하게 여길 뿐이다.은산철벽의 만 길 깎
아지른 벼랑에서 전광석화가 치는 가운데 이럴까 저럴까 망설인
다면,바로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리라.때문에 예로부터 보호하고
아껴 왔던 이 하나[一着子]는 함께 도달하고 함께 깨달은 이들이
그대가 움켜잡거나 더듬을 여지가 없는 곳에서 마음을 다하여 얽
힌 인연을 버리고서 선지식을 의지하여 수행을 하였다.만일 다시
천만 어려움 속에서 마음이 참아내지 못하고,어리댈 수 없는 곳
에서 몸과 마음을 놓아버리고 궁구하여 철저하게 깨닫지 못한다
면 진실로 애석하리라.천생백겁(千生百劫)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공부가 끊어진 적이 있었더냐.끊어진 적이 없었다면 무슨 나고
죽고 가고 옴을 의심하랴.인연에 속한 일은 본분사에 있어선 아
무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오조(五祖)노스님께서는 항상 말씀하시기를,“나는 여기 50년
을 있으면서 선상 밑에 왔던 무수한 납자들을 보았다.그들은 다
만 부처를 찾으며 불법을 말할 뿐이었으니,결국 본분납자를 만나
보지는 못하였다”하였는데 참으로 그렇다.요즈음 시대를 살펴보
면 불법을 설명하는 사람조차도 만나기 어렵다.그러니 더구나 본
분(本分)을 구하는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시절이 말세여서 성인과의 간격이 더욱 멀어져 우리 당(唐)나
라 안에는 부처의 종족들을 살펴보고 살펴보아도 다 없어졌다.하
나나 반개의 지조 있는 이를 얻기는 해도 감히 옛 큰스님들과 같
기를 기대하지는 못한다.그러나 수행해 나아갈 바를 알아 머리부
터 발끝까지 바르게 한다면 벌써 이는 불 속에서 연꽃이 피어난
격이니,부디 모든 인연을 떨쳐 버려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