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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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83
적해 내어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하였다.“너른 밭 속에 큰 뜻이
있다”함을 백장스님이 손을 펴 보이며 사람들이 알도록 하였다.
만일 알맹이가 완전히 성숙하였다면 단독으로 심인(心印)을 전하
려니와,여기서 더욱 탁 트이기를 바래서 첫째의 성제(聖諦)를 깨
닫게 하려면 속제(俗諦)를 벗어난 한마디는 어떻게 이르겠는가?
배 가득히 밝은 달만 싣고 돌아오도다.
26.재선인(才禪人)에게 주는 글
구지(俱胝)스님은 납자들과 문답할 적에는 한 손가락을 세웠을
뿐인데,이는 위아래로 철저히 통달하여 의심 없이 깨달아,병을
치료함에 많은 약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후인들은 그
본뜻을 모르는 그저 겉모습만을 따라 손가락을 세우면서 전혀 흑
백을 분간하지 못한다.
이는 제호(醍醐)를 가지고 독약을 만드는 격이니 참되고 불쌍
하다.참되고 정확한 견해로 꿰뚫은 사람이라야 비로소 신중하여
결코 소홀히 하지 않을 줄을 안다.이른바 천균(天鈞)무게의 활
[弩]*은 생쥐를 잡기 위해서는 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러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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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정수리 위에 눈을 갖추어야만 바야흐로 작용할 수 있게
된다.뒷날 현사(玄沙)스님이 이 인연을 가지고 거론하였다.
*협산스님이 대중법문을 하였다.“대궐에서 천자를 알아보고 노승을 알아보는 것
은 좋은 솜씨가 아니다.시끄러운 저자에서 천자를 알아보고 모든 사물에서 노승
을 알아보아야 하리라.”
*활[弩]:무기의 일종으로 여러 개의 화살이나 돌을 잇따라 쏘게 되어 있는 큰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