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P. 84
84
“구지스님이 알아차린 곳은 거칠었으니 한 기틀,한 경계만을
인식하였을 뿐이다.어떤 눈먼 놈은 말을 따라 알음알이를 내어
구지스님을 억누르고는 실답다고 말한다.이야말로 구운 벽돌이
바닥까지 얼어붙었음을 전혀 몰랐다 하리라.여기에 이르러선 자
세히 살펴야지 바보짓은 금물이다.구지스님은 죽음에 임하여 스
스로 말하기를 ‘나는 천룡(天龍)스님의 한 손가락 선[一指頭禪]을
얻어서 일생 사용했는데도 다 쓰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는데,어찌
괜한 말이겠는가.”
조계 대감(曹溪大鑑)스님이 신분이 미천하였을 땐 신주(新州)의
땔감장수였다.보잘것없이 수십 년을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나그네
가 경전 외우는 소리를 듣고 그 본원(本願)을 세우고는 어머니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 멀리 황매산의 스님을 찾아갔다.처음 뵙고
몇 마디 대화 사이에 기연이 투합하여 자취를 숨기고 8개월 동안
방아를 찧었다.
이윽고 신수(神秀)대사와 함께 게송을 바치고서야 비로소 칼끝
을 드러냈더니,황매산의 스님은 드디어 가사와 바리때를 그에게
전수하였다.이때 여러 대중들이 쫓아가 다투어 빼앗으려 하였다.
몽산(夢山)*이 먼저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러서 의발을 들려 했으
1 9)
나 들지 못하고 비로소 힘으로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그리하여 머리를 숙이고 약을 내려 주기를 빌었다.대감께서
“착함도 생각하지 말고 악함도 생각하지 말라.이런 때 상좌의 면
목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곧바로 귀착점을 알
았다.시절인연이 아직 이르지 않아 대감스님은 다시 사회(四會)의
*몽산(蒙山):도명(道明)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