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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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上 85


            사냥꾼 속에 오랫동안 은둔한 뒤에야 번우(番禺)로 나와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움직

            이는 것이다”는 말을 토로하였다.
               이 말을 들은 인종(印宗)법사는 스승으로 모시는 예의를 갖추
            고 머리를 깎아 주고 구족계단(具足戒壇)에 오르게 하였다.그러자

            즉시 큰 법요(法要)를 여시고 2천의 대중을 격발시켜 명성이 대궐
            에까지 알려졌다.천자는 가까운 신하에게 명령하여 가사와 발우
            를 하사하였으나 스님은 끝내 받지 않았다.용상(龍象)대덕 수십

            사람을 제도하였는데 모두가 대종사였으니,어찌 그리도 위대하신
            지!
               성현이 세상에 나와 존망진퇴하며 사람을 지도함에 빠뜨림이

            없었다곤 하나 걸을 때는 걷고 달릴 때는 달렸던 취향이 저 미천
            함으로부터 저명한 데까지 이르렀다.이것을 가만히 살펴보자면

            세상의 인연을 끊지 않고 오묘한 풍규(風規)를 보였으니,오랜 세
            월이 지난다 하더라도 그와 함께 비교할 자가 없다.지금까지 온
            세상이 모두 그의 자손이니 커다란 규범을 매번 우러러볼 때마다

            털끝만큼이라도 헤아려 보려 하지만 되질 않는다.역량 있는 후학
            들에게 힘쓸 것을 바라면서 부족하나마 대략을 기술하노라.

               현재 나타난 견문각지(見聞覺知)가 그대로 법이지만 법은 견문
            각지를 떠나 있다.그러므로 견문각지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그저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이지 법을 통달함은 아니다.대체로 법

            에 통달한 사람은 견문각지를 뛰어넘어 견문각지를 수용하면서
            견문각지에 안주하지 않고 똑바로 당장에 투철히 벗어나서 전체
            가 그대로 법이다.이 법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말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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