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30 - 원오심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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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침묵도 아니다.그러나 있음도 나타내고 없음도 나타내며 말을
나타내고 침묵을 나타내어 오랜 세월 속에서도 항상하여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운문(雲門)스님은 “말할 땐 있다가 말하지 않을 땐 없
으며,생각할 땐 있다가 생각하지 않을 땐 없다고 해서는 안 된
다”고 하였다.곧바로 이 법을 오묘하게 통달하여 대용을 얻도록
하면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무엇을 하든 간에 영원히 반야가 눈앞
에 나타날 터인데,거기서 다시 선지식에게는 가까이 있고 농부에
게는 멀리 있다고 논할 필요가 있겠는가!한 번만 뚫고 나가 보면
자연히 부딪치는 곳마다 그를 만나리라.
옛 부처님과 조사들은 이 한 명백한 일을 우러르고 귀중하게
여기면서도 여러 중생들 속에서 베풀어서,높고 낮음,귀하고 천
함을 조금도 가리지 않고,어디나 천진 분명하고 원만하게 하셨
다.그러므로 새삼스레 불법이 현묘하다는 견해를 내면 잘못이며,
만일 견해를 일으키지 않으면 그대로 적나라하여 완전하게 드러
난다.
때문에 말하기를,“숲에 들어가도 풀을 건드리지 않고 물에 들
어가도 물결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였다.산은 산,물은 물이며,
스님은 스님,속인은 속인이며,주장자를 보면 주장자라고 부를
뿐이니,이를 두고 체(體)를 본다고 한다.만약 여기에서 철저히
보아 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저녁부터 아침까지 실낱만큼도 빈
틈이 없어 전체가 나의 활용이 되고,하나하나가 분수 밖이 아닌,
모두 본분의 일인 것이다.서 있는 자리에서 아직 체득하지 못했
다면 털끝만큼도 움직여서는 안 되니,어찌 그대로 완성된 분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