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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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01


            신 바입니다.투철하게 깨달아 문 밖을 나가지 않고서도 벌써 제
            방을 모두 경험해 버렸습니다.그런데도 천박하고 고루한 저를 인

            정하여 살피시고 더욱 격려해 주셔서,이미 같은 가풍으로 그윽히
            계합하여 스스로 외롭지 않게 되었습니다.이 일에 있어서 빠짐없
            이 늘어놓으신 한 구절․한마디․한 기틀․한 경계가 모두 견줄

            수 없는 깊은 이치였습니다.심성의 현묘함도 아니고 어묵에 빠짐
            도 아니고 설명이나 주장도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성색을 덮어 누르고 보신․화신 부

            처님의 머리를 눌러앉아 시비득실에 떨어지지 않고,근원을 꿰뚫
            은 청정하고 바른 안목이었습니다.비록 사념이 적멸하긴 하나,
            밝은 지혜로 속박을 벗어나 초연히 정수리 위의 하나를 홀로 증

            득하니,이때에 어찌 가는 털끝만큼의 도리인들 있겠습니까.공겁
            (空劫)이전이나 위음왕불 이후도 있을 수 없습니다.여기에 이르

            러선 모든 하늘이 꽃을 바칠 길이 없고 외도가 가만히 엿볼 수가
            없습니다.씻은 듯이 말쑥히 깨끗하니 이것이 바로 본지풍광이며
            본래면목입니다.그야말로 부처님도 볼 수 없어서 이른바 향상의

            한 길은 모든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 하는 것입니다.
               오로지 이 가운데의 사람이어야 한 번 들어 보여도 단박에 낙

            처를 아는 것입니다.




               41.황통판(黃通判)에게 드리는 글



               별지(別紙)의 실천담(實踐談)을 받아 보니 진실로 진리에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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