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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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05


            등의 마음을 떨쳐 버려야 한다.그리하여 더럽고 깨끗한 두 쪽을
            모두 의지하지 말게 해야 한다.단박에 오롯이 벗어나면 한 물건

            에도 의지하지 않으니,모든 성인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때,중생
            과 부처 또는 세간과 출세간이 드러난 적이 없는 곳에서 한 생각
            도 나지 않고 앞뒤가 끊기게 된다.

               본지풍광을 밟고 본래면목을 분명하게 보아 깨치니,단박에 견
            고해져서 털끝만큼도 견해의 가시가 없고 안팎이 융통하여 호호
            탕탕하게 큰 편안함을 얻는다.여기에서 몸을 돌려 숨을 토하고

            이쪽 편에서 오면,자연히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행위를 할 때 낱
            낱이 근본으로 돌아가니,어찌 이것이 분수 밖의 일이겠느냐.
               밥 먹고 옷 입으면서 세간법을 닦는다 해도 여여하지 않음이

            없고,확연하게 꿰뚫지 못함이 없으며 깨달은 그 당체와 상응하지
            않음이 없다.그런데 다시 무슨 고저와 향배를 따지겠느냐.잠깐

            이라도 견해의 가시가 생기면 바로 목숨[命根]을 찔린다.
               조사와 옛날 큰스님들이 방․할을 행하는 등 백천억 가지 작
            용이 딴 뜻에서가 아니었다.다만 사람들에게 완전히 죽은 사람처

            럼 스스로 투철히 벗어나 스스로 쉬게 하고자 하였을 뿐이다.어
            찌 자기만 깨닫고 세상을 제도하는 것은 전혀 쉬어 버렸는가.애

            쓰는 가운데 여가가 있으면 비원(悲願)을 잊지 말 것이니,이것을
            밀어서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을 일깨워 주고,인간세상에 살되
            매이지 않은 배처럼 떠다니면 무심한 도인이라 부른다.

               지금 아직 단박에 깨닫고 단박에 밝히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우
            선 몸과 마음을 놓아버려 텅 비게 해야 한다.오래도록 텅 비어
            고요하다 보면 갑자기 칠통을 타파하고 통 밑이 빠진 듯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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